“꽃보다 제자 … 33년동안 지루할 틈 없었죠”
“꽃보다 제자 … 33년동안 지루할 틈 없었죠”
  • 최대윤 기자
  • 승인 2009.0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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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스승의 길, 끝없는 제자사랑 - 지세포중 정순자 교사

그림자도 밟지 않았을 정도로 존경받던 선생님. 하지만 그녀에게는 선생님이라는 이름보다 어머니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릴지 모른다. 33년 동안 한결같은 제자사랑을 실천해온 참스승 정순자(59) 교사의 이야기다.

그녀의 취미는 꽃 가꾸기다. 꽃에 물과 양분을 공급해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을 피우듯 사랑과 지식으로 제자를 가르쳐 온 열정은 30년이 넘은 지금도 식을 줄 모른다.

1975년 3월 그녀의 첫 발령지는 전형적인 어촌마을 지세포중학교였다. 중학교 때부터 교사를 희망했던 그녀의 꿈이 이뤄진 것. 그녀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진로희망을 적어내는 시간이면 늘 섬마을 선생님과 간호사를 적었는데 발령 당시 좀 큰 섬이긴 하지만 거제도로 발령받아 너무 기뻤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가족은 교육가족이다. 현재 해성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강하일(59) 교장이 그의 남편이고 그녀의 딸도 창원에서 중등교사로 근무 중이다. 그녀의 결혼은 중매로 이뤄졌지만 그녀의 남편과는 이미 구면이었다.

강 교장은 “학생진학 문제로 때문에 원수로 지낼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아름다운 마음씨와 부지런함 때문에 동료교사들의 칭찬이 자자한데다 만나보니 이만한 사람도 없겠다 싶어서 결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지난 33년 동안 지루 할 틈이 없었다고 말한다.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큰 보람이고 행복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의 전문분야는 학생들과의 상담이다.

교직생활 대부분 학생부장, 상담, 생활지도, 특수학급 담당 등 많은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자원해 맡아왔고 근무 한 학교마다 학부모 상담활동 자원봉사대를 조직해 언제든지 소외받고 힘들어하는 학생들과 함께하려 했다.

특히 특수교육 정상화에 기여한 그녀의 노력은 남다르다. 지난 1996년부터 2002년 까지 옥포고등학교에 재직 할 때의 이야기다. 그녀는 특수학급 지도교사를 맡으면서 장애인식 프로그램과 어울림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통합교육을 효과적으로 실시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었다.

또 애광원과 같은 지역사회에 위치한 특수교육 시설과 교류하면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사회적응 능력을 키우고 학생들의 건전한 가치관 형성을 위해 예절교실을 운영. 전통예절 익히기, 전통다도교육, 경로효친의 생활화, 성교육 등을 지도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전한 학생을 육성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녀의 이런 열정은 그녀가 부임하는 학교마다 시너지효과를 이끌어 낸다. 지난 2007년 개교한 성지중학교에 근무할 당시 예순을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 매일 7시 이전에 출근해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를 지도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밝은 웃음으로 맞는 그녀 덕에 신설학교의 분위기는 늘 활력이 넘쳤다.

그뿐이 아니다. 시간 나는 틈틈이 교내를 돌며 아침자율학습 지도와 청소지도는 물론 불필요한 전등을 손수 소등하는 등 그녀의 행동은 솔선수범 그 자체다.

지난 19일 그녀를 만난 곳은 지세포 중학교다. 그녀는 올해부터 지세포중학교에서 근무한다고 했다. 그녀가 처음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 곳이며 33년 중 22년을 근무한 지세포 중학교의 귀환은 그녀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공교롭게도 그녀를 만난 날은 지세포중학교의 졸업식 이었다. 졸업식장에는 학부형이 된 제자들이 그녀를 반갑게 맞았다. 장성한 제자들의 모습과 올해부터 제자가 될 그들의 자녀들을 보며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그녀는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지난 33년 동안 하루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며 “훌륭하게 성장해준 제자들을 보면 항상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승의 은혜에 대한 감사의 마음, 학교에 대한 애교심 등 갈수록 교권이 상실되는 요즘 그녀가 실천해온 참교육자의 길은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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