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고 축구부를 떠나며
거제고 축구부를 떠나며
  • 거제신문
  • 승인 2009.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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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보 거제고 축구부운영위원장

지난 2005년 8월 16일 ‘와, 와’하는 우렁찬 목소리가 경남 남해군 스포츠파크 축구장을 뒤흔들었다. 제60회 전국 고교축구 선수권 대회 마지막 날, 거제고와 광양제철고의 결승전이 벌어졌다.

조선일보사와 대한축구협회가 공동주최하고 전국 80개 고교가 참가한 명실상부한 전국 최대의 고교 축구대회였다. 양 팀이 1대 1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후반 30분께 거제고 수비수 한 명이 20여m나 되는 롱킥을 띄워주자 골대 앞에서 기다리던 공격수가 그대로 발리킥을 날려 네트를 가르며 결승골을 기록했다.

같은 시각, 거제시청을 비롯한 거제시 전역에서도 환호가 터져 나왔다. 거제시장은 이날 직원들이 거제고의 결승전 TV생중계를 시청할 수 있도록 특별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 날의 승리는 그야말로 거제 시민의 승리였다. 출전 경비조차 마련하지 못하던 거제고 축구부는 거제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후원금으로 대회에 나가 마침내 우승까지 거머쥔 것이다.

다음 날 경남,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신문과 방송들은 “거제 시민구단 거제고 우승”, “거제시민 성금으로 출전한 거제고 보은 우승” 등의 제목으로 거제고 우승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거제 시민들은 거제시를 한 바퀴 도는 우승 카퍼레이드에서도 한 마음으로 선수들을 격려하는 열정적인 성원을 보냈다.

당시 거제고 축구부 후원회 운영위원장으로 거제고 학생들과 함께 ‘남해벌의 영광’을 지켜봤던 필자로서는 그 때의 일이 마치 어제 일인 양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거제고는 대통령배 2회 우승과 전국대회 8회 우승 외에 크고 작은 대회를 휩쓴 축구 명문고이지만 이 날의 우승은 남다른 감회로 다가왔다. 20만 거제시민이 출전시킨 뜻 깊은 대회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2003년 10월 29일 거제시청 앞에서 원철희 회장, 반용근 상임부회장 등과 함께 거제고 축구부 후원회 현판을 걸었다.

그때부터 5년여 동안 거제 시민들은 1구좌에 1만원씩 성금을 모아가며 거제고 축구부를 물심양면으로 후원하는 열의를 보였다. 한 때는 700개까지 후원 계좌가 모이는 등 후원회는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 필자는 거제고 축구부의 영원한 발전을 기원하며 후원회 운영위원장 직을 떠날까 한다. 후원회가 시민들의 성원으로 이만큼 자리를 잡은 이상 거제 축구의 더 높은 도약을 위해 후원회 운영위원장을 거제 사람이 맡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거제 시민은 위대하다.” 필자는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거제고는 그 자체가 하나의 스포츠 브랜드이고, 20만 거제 시민이 든든한 후원자로 버티고 있어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거제의 축구 환경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낫다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인근 통영고는 동창회에서 체계적으로 축구부를 운영하고 있다. 진주고는 동창회 소속 후원회에서 해마다 축구부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거제는 매년 후원회원으로 모집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시적인 모금이 아닌,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후원 시스템을 마련해 나가는 것은 거제 시민들의 몫이다.

그동안 후원회에 많은 도움과 관심을 준 김한겸 시장과 후원회 임원들, 사무실을 제공해 준 권민호 전 도의원과 김명덕, 김치옥, 이동철, 정용우, 이기근 사장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거제고 축구부의 발전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은 지역언론과 신문, 인터넷 등 모든 기자에게도 감사드린다. 학교법인 이민구 상임이사와 이봉구 교장 외 학교 관계자 여러분의 배려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끝으로 거제 시민들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며, 거제고 축구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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