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 대한 短想
어른에 대한 短想
  • 거제신문
  • 승인 200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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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영숙 칼럼위원

얼마 전 종교를 떠나 국민의 정신적 지도자셨던 김수환추기경께서 영면하셔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

그분의 삶이 우리국민에게 남긴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끝없이 이어진 조문 행렬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조문객들은 새벽 2~3시부터 모여들어 조문이 시작되는 새벽 6시엔 이미 3㎞ 넘는 줄을 만들고 이 줄은 조문이 끝나는 자정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민주화 과정을 겪어오는 과정에서 든든한 정신적 후원자셨고 존재자체로서 힘을 실어 주셨던 분이셨다. 그렇게 온 국민이 애도하는 가운데 온라인에는 그 분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왔기에 열어보았다.

사학법·국보법에 대하여 생전에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비난하거나 비정규직 문제에 나서지 않았다, 보수정권과도 친했다 등의 이유를 들면서 “지금 전 국민적 추모는 과하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추모를 해야 할 시기에 “자신들의 이념에 100% 들어맞지 않는다고 한 사람의 인생을 가볍게 취급하는 것이 소름 끼친다”며 진중권교수가 일침을 가하기는 했지만 참으로 씁쓸했다.

요즈음은 어른을 인정하고 대접하는 것에 대하여 지나치게 인색한 것 같다. 가장 가깝게는 부모부터 스승, 직장상사, 사회적지도자에 이르기까지 어른으로 대접할 줄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종종 있다.

지난 연말에는 개인적으로 존경했던 여성계의 지도자 한분이 퇴임을 하셨다. 여성의 인권을 위하여 싸워 오셨던 분이시라 먼 길을 마다않고 퇴임식에 참석을 했다.

여성인권에 대한 철학과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계셨기에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닮고 싶은 분이었지만 내 역량이 미치지 못하였기에 노력만 할 뿐이었고 현장에 있는 우리들에게는 본보기가 되셨던 분이다. 그 분이 현장에 계시는 동안 우리들은 일할 맛이 났다.

우리들은 그야말로 열심히 일만 하면 되었다. 삶의 연륜으로 전체적인 일머리를 잡아주시고 우리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투적인 자세로 지원을 이끌어 내어 오셨으며 우리들의 실수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가르침과 책임을 져 주셨기 때문에 우리들은 마음껏 일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이 현장을 떠나도 되겠다 싶어 퇴임을 결정했더니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는 여성과 아이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다보니 정작 내 몸 하나 돌아갈 거처가 여의치 않음을 알고 맨몸으로 나오는 폭력피해 어머니들의 막막한 심정이 진정으로 공감되었다”는 퇴임사를 들으며 여성인권을 위해 살아오신 그 분을 일선에서 떠나보내기가 너무나 아쉬웠다.

그런데 그동안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그분의 그늘에 가려져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불만이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관점으로는 자신들이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또한 그분의 영향이 컸다라고 생각되었지만 개인적인 입장에 매여 지도자를 잃게 되는 마음이 공유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2월 첫째 주말에 시어머니 생신잔치가 있었다. 명절을 지내고 며칠 지나지 않은데다 금요일에 서울출장이 있어 다녀온 후 다음날 시장을 보아 다시 서울로 출발했다. 시어머니께서 안스러워 하시며 “에미야, 힘들어서 어떡허니?” 하셨다.

나는 진심으로 “어머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만 계셔주세요” 라고 말씀드렸다. 3대 독자인 외아들과 결혼하신 지인이 있다. 이 분은 명절이 제일 쓸쓸하다고 한다. 명절이면 다들 고향 가는 길이 고통이라고 해도 행복한 비명으로 들린단다. 양가부모가 안 계시니 찾아갈 시댁도 친정도 없고 신나게 여행을 즐길 상황도 아니니 아이들과 네 식구가 집에만 있자니 참으로 쓸쓸하다고 했다. 부모는 존재자체로서 자식에게 든든한 울타리이고 힘인 것 같다.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헉헉거리는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아이들만 얼른 자라주기를 바라는 사이 내가 나이 먹는 줄 몰랐고 내 부모님이 쇠약해 가시는 걸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제야 양가에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에 참으로 감사할 줄 알게 되었다.

나무는 큰 나무 덕을 보지 못하지만 사람은 큰사람 덕을 본다는 말이 있다. 나무는 큰 나무 아래서 자라다 보면 햇빛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영양분도 제대로 섭취할 수 없어 올바르게 자랄 수 없지만, 사람은 큰 어른들 아래서 가르침을 따르다 보면 어느새 훌쩍 성장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나 또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어른들의 덕분이었다. 부모님, 스승, 직장에서 모셨던 분들, 사회생활에서 만난 분들 모두 존경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 어른들이 참 많다. 내가 이다음 효도 받으려면 지금 효도해야 하듯 어른을 존경하고 대접할 줄 알 때 나 또한 다음에 존경받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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