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축구도 황금기가 있었다. 80-90년대 거제축구는 거제고와 연초중을 바탕으로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을 뿐만 아니라 안성일 최청일 송광환 등 프로축구 1세대들을 배출해 내면서 명실상부 축구명문 고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거제축구의 현 주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은 명맥조차 찾기 힘들다. 지역 기업의 후원과 시민들의 관심은 점점 떨어 진데다 최근 이렇다 할 성적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거제고 축구부의 창단멤버로 시작해 거제축구의 초석을 다지는데 11년 동안 열정을 바쳐온 축구지도자가 있기 때문이다. 연초축구부 송재규(45) 감독이 주인공이다.
거제에서 축구하면 떠오르는 것이 거제고와 연초중 그리고 서정원 선수다. ‘날쌘돌이’라는 별명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던 서 선수를 거제지역의 중·고등학교가 배출해 내며 거제축구의 위상을 떨쳤다면 송감독은 그 초석을 다지고 계기를 부여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송 감독은 지난 98년, 34세의 젊은 지도자로 연초중학교와 인연을 맺었다. 송 감독이 처음으로 부임한 연초중학교는 축구스타 서정원을 배출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열악한 상황이었다.
고작 12명의 선수와 아무런 체계도 없는 훈련 시스템에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현역선수로 뛰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젊음과 패기가 넘치던 송 감독의 열정은 서서히 연초부 축구부를 변하게 했다.
송 감독의 지도철학은 성실, 인성, 정신이다. 올바른 정신과 인성을 갖추고 노력하는 선수를 만드는 것이 그가 학생들에게 제일 먼저 가르치는 부분이다.
송 감독은 “중학교 때 부터 축구 선수를 시작해서 프로까지 가는 선수는 극히 일부분”이라며 “운동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람이 돼야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인성교육을 자주 강조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있어 최대의 걸림돌은 상대편 축구부나 부진한 성적이 아니라 선수수급이 힘들다는 점이다. 현재 거제지역에 초·중·고 학교에 각각 1개 팀에 축구부가 존재하고 있다. 타 지역에 비해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치다.
특히 초·중·고 학교의 축구부 선수는 서로 연계를 통해 선수를 육성하고 수급하는데 거제지역의 경우 턱없이 부족한 선수층 때문에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혹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가 발굴되더라도 재정이 좋은 팀에서 스카웃을 제안하기 때문에 팀 전력을 유지시키기가 힘들다고 한다.
또 최근 거제지역은 동계훈련지로 각광 받을 만큼 잘 정비된 시설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정작 선수육성에는 관심이 부족한 것이 거제축구가 부진한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아직 연초중 축구부는 전국대회 우승경험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송 감독에게 가장 기억 남는 경기는 지난 2004년 부산협회장기와 오룡기 4강전이다. 두 경기 모두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전에 동점골을 내줘 연장전과 승부차기 끝에 아쉽게 석패했기 때문이다.

매년 선수구성과 전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송 감독이지만 그는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확실히 성적을 기대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송 감독과 함께 발을 맞춰온 2·3학년들 학생과 새로 입학할 신입생들에게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14세 청소년 대표인 2학년 안영웅군과 1학년에 입학 할 제상윤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송 감독은 선수들에게 “꿈과 야망을 가지고 부지런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며 월등한 체격, 현란한 기술은 비록 가지지 못해도 그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정신력만 가진다면 못할 것이 없다”며 틈틈이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11년 동안 지역 축구 꿈나무들을 위해 남다른 열정을 바친 송 감독의 노력에 보답하듯 올해는 연초중, 나아가 거제의 축구가 제2의 전성기를 맞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