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의 관문을 새로 꾸미자
거제의 관문을 새로 꾸미자
  • 거제신문
  • 승인 2009.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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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광 칼럼위원

거제대교가 있는 견내량 해협은 1971년 거제대교가 놓여지기 전까지는 나룻배나  도선을 타고 통영과 거제를 오가든 거제의 주 관문이었다. 불과 300m 정도의 좁은 바다를 두고 통영 용남면 견유마을과 거제 사등면 견내량 마을이 마주하고 있다.

견내량은 전하도(殿下渡)라는 이름에서 유래한다고 거제의 설화는 기록하고 있다. 서기 1170년 고려 18대 의종왕이 정중부의 반란으로 귀양을 오면서 통영까지는 수레에 실려 왔지만 여기서는 작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야 했다.

「전하, 여기서는 배를 타고 건너야 하옵니다.」하고 같이 수행해온 신하가 한 말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임금을 뜻하는 전하(殿下)에 건널 도(渡)자를 넣어서 「전하도」라 했는데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어원이 변하여 「견하도」로 변했다가 지금은 「견내량」이라 는 지명이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일설에는 서울서 귀양 온 양반이 고향 식솔이 그리워 이 바닷가에 와서 눈물을 흘리면서 중얼거리는 말이 「견내량 하나만 걸치면 건너 갈 수 있는 데…」하며 탄식했다. 집을 지을 때에 시렁에 걸치는 대들보를 다른 말로 견내량이라 한다.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은 한양 양반이 대들보 하나면 걸치면 육지로 갈 수 있을 텐데 하는 넋두리 때문에 견내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한다.

견내량은 임진왜란 최대의 승전지다. 사람들은 흔히 한산대첩이라 부르지만 실제 이 싸움은 한산도에서 벌어진 게 아니고 견내량에서였다. 1592년 7월 8일 왜선 59척을 침몰시키고 무려 9천명이나 되는 왜군을 섬멸한 이 전투로 남해의 해상권을 우리가 장악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륙 정벌의 야망이 꺾이면서 몰락하는 계기가 된다. 한산도는 통제영이 있었을 뿐인데도 한산대첩이라 부르고 있는데 이를 견내량대첩으로 바로 잡아 부를 필요가 있다.

이처럼 견내량은 오랫동안 거제의 관문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지금도 거제가 섬이 아니라 육지와 생활권을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이곳에 거제대교가 있기 때문이다. 장차 「거가대교」가 놓이고 「이순신대교」가 개통되면 거제가 여러 방면으로 길이 열리겠지만 그러나 아직까지는 거제를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은 거제대교를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한 마디로 거제대교는 거제의 얼굴이요 거제의 첫인상이다.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가슴 깊이 각인시켜줄 거제의 이미지다. 그런데 거제대교를 넘어서는 순간 너무나 밋밋한 다리 때문에 실망하고 만다. 그 뿐이 아니라 무슨 감시 카메라는 그렇게도 많은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리에 실망하고 카메라에 기분 잡치는 방문객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가?

거기에 참 어이없는 조형물 하나가 우뚝 서있다. 그냥 보기에는 현수막이나 걸어두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물 같기도 한데 자세히 보면 글씨 같은 게 있는 듯도 한데 도무지 무슨 글자인지 차를 타고 지나면서는 읽어낼 재간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파란색 바탕에 파란색 글씨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지난해 10월, 수자원공사의 협찬으로 약 9억원의 시설비를 들여 해양, 문화, 관광도시의 거제시 위상을 표현하는 가로 29m, 높이 9.5m의 스텐레이스 조형물이다.

작품의 의미를 보면 먼 바다에서 지구, 거제로 향해 다가오는 배 모양과 지구본을 떠받치고 있는 세 명의 사람(천지인)을 담고 있으며, 정면에는 「Blue City Geoje」라고 새겨 놓았다. 의미로는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는 멋진 작품이다. 그런데 정작 설치해 놓고 보니 무엇을 뜻하는 것이지 분간이 가지 않고 아무리 보아도 현수막이나 걸기에 딱 알맞다.

하루 평균 3만여 대의 차량이 드나드는 이곳을 획기적인 발상으로 새롭게 꾸밀 필요가 있다. 지금 이대로는 거제의 이미지만 흐리게 할 뿐이다. 이미 밋밋하게 만들어진 다리야 어쩔 수 없지만 거제대교를 넘어서는 순간 무엇인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모든 시설물을 다 걷어내고 특화된 새로운 조형물이 필요하다. 옛날 여기가 거제섬의 관문이었고, 오량성이 있었던 곳이니까 오량성과 연계한 성문을 쌓아 성문 아래로 차가 드나들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만남의 광장도 있어야 한다. 대부분 관광객이 승용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거제 입구에 만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고, 거제를 떠나기 전에도 일행들이 만날 수 있는 휴게공원이 절실하다.

여기서 관광거제의 홍보와 특산물의 판매, 문화시설로 거제의 이미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건 주유소 수준의 손바닥만한 휴게공원을 꾸밀까봐 지레 겁부터 난다. 거제의 거(巨)자가 「크다」는 의미라는 걸 잊지 않는다면 모든 게 좀 대형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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