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거제수필문학회 회원

첫째 둘째 아기를 안고 공원행 만원버스에서도 즐거워하던 옛일, 떠올리고 있는가. 하루 일상이 반쯤 나로 인해 정신이 없었을, 아둔한 나의 고집에 그대의 청순함에도 한계가 지났을 세월들을 뒤로하고 그대 꿈꾸고 있는가! 청보리밭 넘실넘실 풋풋했던 사랑의 옛 시절을.
이제 나의 꿈에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오십이 넘어 징집영장이 나오는 개꿈 같은 꿈뿐이다. 한 모금 다시 잠들어 새벽 빗소리에 눈을 뜨면 어느새 아내는 앓고 있다. 입영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까까머리인 나를 싣고 떠나가던 마산역 승강장에서 발 구르며 울고 있는 것일까.
봉천동 고개의 빙판 골목길을 다리 절며 기어 올라가고 있는가! 나의 어수룩했던 도전으로 다시 셋방살이를 전전하던 면목동 산기슭을 더운 숨으로 올라가고 있는가!
가위에 눌리고 있는 것이다. 필경 누군가에 쫓기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급한 나의 발걸음에 투정대던 아내는 언제나 잡힐 듯 끙끙대는 것이다. 봉천동에서도 면목동에서도 힘이 되어주지 못했던 나는 아내의 꿈조차 지키지 못한다.
아내를 안아주어야 하리. 낡은 어깨일망정 팔베개로 감싸 안아야 하리. 이제 아내의 쫓기는 꿈조차 소중히 나의 품에 안아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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