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채용, 지역산품, 비정규직, 장학기금 조성 등 ‘낮은 제도화’ 추진 필요
“사기업의 자율사항이지 공적으로 간섭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지역을 토대로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인만큼 적정한 수준의 지역사회 기여를 제도화 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지역 대형업체들의 지역사회 기여를 제도화하고 공식적으로 유도 권고하는 내용의 ‘조례제정’ 검토시 예상되는 대립선이다. 그러나 전주시가 관내 대형유통업체들의 지역기여를 위한 조례를 제정, 시행에 들어가면서 이 문제는 타 자치단체들의 벤치마킹사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주시의 사례는 위의 대립선에서 후자의 가능성을 크게 열어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전주시는 ‘대형마트 지역기여도 권고 조례’를 지난달 27일 공포, 시행에 들어갔다.
직원 70% 이상을 현지 채용하고 일정량 이상의 지역상상품 매입, 판매하며 현금 매출액의 지역은행 일정기간 예치후 본사 송금 등을 권고하는 내용이다. 시는 이들 업체들과 이행협약을 체결하고 이의 준수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게도 했다.
“사기업을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역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공적기능 강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조례를 운영해 나가겠다”는게 조례를 제정한 전주시장의 말이다.
거제의 경우를 보자. 삼성·대우 양대 조선소는 기업의 시작과 함께 크고 작은 지역사회 공헌 및 기여를 해 왔고 지금도 그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병원을 세우고, 학교를 인수하고, 문화관을 건립하고 장학교실을 운영하며 거제사랑상품권 대량 구입도 그 일환이다.
시민들 다수가 일자리를 얻고 이를 통한 수입으로 가계소비 등을 촉진시켜 전체적으로 지역경기의 선순환을 유지시켜가는 것 또한 양대 조선소의 크나큰 지역사회 기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측면에서 기업의 자율적 의사가 반영된 것이다. 이에는 물론 기업의 이미지 제고 및 지역사회 일체화라는 투자적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조례제정은 이같은 양대 조선의 다양한 지역사회 기여를 제도화하고 공식화하며 앞으로도 지속화하는 의미를 담을 수 있고 지역사회 기여의 방법을 다양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는 주장이다.
‘지역인재 채용할당’, ‘장학기금 조성’, ‘비정규직 처우개선 협의기구 제도화’, ‘거제사랑상품권 지속적 구매’ 등의 사항을 협의하고 그 적정선을 정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제도화 한다면 지역사회 내 정규직-비정규직간 갈등의 점차적 해소는 물론 거제의 지속적 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윤창출, 생산력 극대화 등 기업 고유의 가치를 침해하는 방향과 정도여서는 어렵고 강제적 요구여서도 곤란하다. 위헌적 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시 원태희 법무담당은 “법규적 성질의 조례로 제정하는 것 보다 시책추진 사업 등으로 정하고 기업들과 협의를 통해 지역기여도를 향상시켜 가는게 바람직한 방법이지 않나 생각한다”며 그러나 “전주시의 사례도 있고 해서 진지하게 검토는 해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2006년 거제 입점 후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삼성 홈플러스 거제점의 경우 연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주시의 사례대로라면 삼성 홈플러스 거제점은 자연스레 지역기여의 구조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재 삼성 홈플러스의 지역사회 기여는 크게 확인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이같은 조례제정은 지역 중소상공인들의 보호와 더불어 새로운 대형마트의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이는 기존 홈플러스의 이윤창출 구조를 더욱 공고화 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삼성 홈플러스 거제점 입장에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전주시의 조례제정과정에서도 찬반이 팽팽했다는 전언이다. “미처 검토하지 못한 상황도 있었다”는 후문도 있다. 전주시처럼 대형마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보다 성격이 다른 대형 제조업체, 노조, 노사협의회의 존재까지 감안해야 하는 거제시로서는 ‘지역기여의 조례제정’ 문제가 더욱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다.
문제는 공익과 사익의 조화를 어떻게 ‘적정 수준’으로 유도하고 제도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느냐는 것이다. 기업이 희생돼서도, 지역사회가 희생돼서도 답은 없다.
시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기업 역시 지역사회의 한 일원으로 그 기여의 방법을 전향적으로 찾아가야 한다는 상생의 기운과 여론은 시에 충분하다. ‘구슬을 잘 꿰어가는’ 지혜와 노력이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