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노동자협의회가 올 임금인상 관련, 구체적 내용을 ‘회사측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로써 올해 삼성중공은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勞)와 사(社)측의 신경전 대신에 일사분란한 생산성 향상체제로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임금협상안 도출, 대의원 대회 통과, 회사측과의 협상, 대의원 대회 승인, 전 협의회원 찬반투표 등 반복되는 절차가 대폭 생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노와 사가 함께 풀어가겠다는 취지”라는게 협의회측의 설명이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지난 17일 대의원 대회를 갖고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하고 동참한다는 취지에서 올 임금협상 관련해 ‘협상’ 대신 ‘회사측 위임’안을 대의원들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조선업계 중 현대중공업 노조가 제일 먼저 임금협상 관련 구체적 내용을 회사측에 위임하는 결정을 내려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이같은 현대중공업 노조의 결정을 비판하자 현대중공업 노조가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을 명예훼손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만큼 민감하고 쉽지 않은 문제라는 반증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한 관계자는 “절대다수 협의회원들이 현재의 어려운 여건에 동참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있던 만큼 대의원들이 만장일치로 통과시킬 수 있었다”며 “예년의 임단협 협상과 비교해볼 때 협상에 따르는 여러 가지 절차적인 면과 회사측과의 대립, 갈등으로 인한 소모전 등을 겪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큰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노동자 협의회는 매년 이맘때 쯤부터 임금협상을 시작, 7월말 정도에 마무리하는 등 4-5개월간의 임단협 협상기간을 거쳐왔다. 이에 따라 정기 승급분을 제외하고 연 4.5-5% 정도의 임금인상을 노동자협의회는 이루어 왔다.
삼성중공업 한 노동자는 “동결 정도라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는게 솔직히 현장의 분위기다”며 “수주부진 등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인 만큼 협의회 대의원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다소 홀가분해진 회사측이 어떤 안을 내놓을지 그래서 협의회 결정의 ‘순수한 뜻’을 존중해 줄 수 있을지가 이제 관심사로 떠 오르고 있다.
한편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의 이같은 결정이 인근 사업장인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의 임단협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함께 주목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지난번 현대중공업의 ‘임금협상 회사위임’ 결정에 대해 노보를 통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고유의 권한을 포기했다”는 것이 주 이유였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노동조합과는 법적 성격 및 그 지위가 다른 만큼 단순 대비가 어려운 점은 있다.
그러나 같은 지역에서 서로 경쟁을 하고 있고 또 어려운 조선경기를 슬기롭게 헤쳐가야 한다는 점은 노사 모두의 생존조건인 만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의 이번 결정이 대우조선해양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임단협 교섭권이라는 노동조합 고유의 역할 및 노동자 권익보호라는 본연의 책무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 문제인 만큼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올 임단협 관련 어떤 행보를 가져갈지 더욱 궁금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