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친구야! 안녕"
"사랑하는 친구야! 안녕"
  • 오규만 학생명예기자
  • 승인 2009.04.0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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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고등학교 3학년 오 규만

3월29일, 일요일이었다. 이 날이 내 인생에 영원히 잊히지 않을 날이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동아리 후배로부터 내게 갑작스럽게 연락이 온 것은 밤 10시가 되어서였다.

“선배, 정영이 소식 못 들었어요..?”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곤 곧바로 내게 다시 문자가 왔다.

“교통사고로 죽었대요..차가 오토바이 피하려다가 인도를 덮쳐서..”

같은 동아리 1학년 후배인 정영이가…….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곤 곧바로 동생 방으로 달려갔다. 동생은 나와 같은 동아리활동을 하고 있으며, 정영이와 같은 학년이다. 동생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잠자리가 불편했다. 늦게 서야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텔레비전이 시끄러웠다.

“유모군과 심모양이 교통사고로…….”

사실 어제 새벽에 3학년 남학생 중 사망자가 한 명 더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유모군. 문득, 우리 반의 국진이가 생각났다. 통영에서 와서 기숙사 생활을 했던 국진이. 마음이 무거웠다. 국진이가 아니기를 하늘에 빌었다.

제발 국진이를 데려가지 말라고 빌었던 내 기도를 하늘은 무시했다. 아침, 자습시간이여서 기숙사 아이들은 목 놓아 울지 못했다. 흐느껴 울고만 있던 아이들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침울했다.

조례시간에 아이들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반장과 부반장은 꽃을 사러 옥포에 갔다. 직접 국진이를 병원에 데려간 담임선생님께선 국진이의 체온을, 마지막 가는 국진이의 모습을 영원히 잊을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4교시까지 어떻게 버텨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준비된 버스를 타고 우리 반은 국진이를 보러갔다. 국진이 아버지를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절을 했다. 국진이 아버지는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가 국진이 친구들이가? 우리 국진이 절대로 잊지 말아라. 절대로 잊지 말아라…….”

목이 멘 아버지는 말씀을 이어가지 못하셨다. 발걸음이 쉽게 떨어질리 없었다.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정영이를 보러 편집부 아이들을 데리고 한 번 더 와야 한다는 사실 때문인지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착잡했다.

아이들은 울다 지쳐 잠들었다. 나도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4시가 되어 편집부 아이들이 모였다. 덜컥 겁이 났다. 우는 후배들을 어떤 말로 달래야할지……. 묵념을 하고 돌아서는 아이들의 눈은 빨갛게 변해 있었다. 몇 걸음을 떼더니 아이들은 오열하기 시작했다. 착한 친구들인데 왜 벌써 데려가는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저녁시간 공부가 전혀 되지 않았다. 사고 당시의 상황을 친구들에게 전해 들었다. 화가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조금만 주의했다면 이런 사고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사고에 관해 무성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안타까웠고, 교통법규를 무시했던 운전자의 행동이 무고한 아이들을 데려갔단 사실에 슬펐다.

다음날, 고인이 마지막 가기 전에 생활했던 곳을 둘러보기 위해 영정사진을 실은 승합차가 학교를 둘러보기로 했다. 전교생이 줄을 서서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했다.

‘부디 편한 곳에서 쉴 수 있기를…….’

이틀째에도 학교는 진정되지 않았다. 기숙사 아이들은 유품을 챙기느라 보이지 않았다.  셋째 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학교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 가기 시작했다. 사고가 난지 3일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가끔씩 멍해진다.

통영에서 와서 부모님과 떨어져 2년간 힘든 기숙사 생활을 했고, 사회로 발을 디딜 준비를 했던 국진이, 이제 막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하고 숙사 친구들과 친해진 정영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내일이면 학교를 올 것만 같은 두 학우들……. 꽃을 피울 시기에 꽃봉오리가 먼저 떨어지고 말아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나는 우리 반 친구에게 우리 반은 분위기가 조용해서 어쩌면 말 한마디 안하고 졸업하는 친구가 생길까봐 걱정스럽다고 장난스럽게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이 지금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국진이와는 아직 어색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가장 먼저 국진이에게 아침인사를 하고, 또 복도를 지나가며 만나는 정영이에게도 학교생활 잘 하라고 따뜻한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이런 친구들의 원통한 마음을 절실히 느끼고 앞으로는 이런 사고가 다시 생기지 않게끔 대비를 잘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사고를 대비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거제고등학교와 거제중학교 그리고 대우초등학교는 서로 붙어 있어서 많은 학생들이 생활한다. 하지만 산 중턱에 세 학교가 위치하고 있어서 학생들이 시내버스를 이용하려면 대우조선소 정문까지 약 20분을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는 길에는 인도가 없는 길도 있고, 경사가 급해 빠른 속도로 오는 차량도 있다. 학교건물 200m 내에서 시속 30km로 차를 운행해야 하는 스쿨존을 설치한다고 해도 아주공설운동장까지밖에 범위가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위해 스쿨존을 좀 더 넓은 범위로 대우조선소 남문의 버스 정류장까지 확대하고, 내려가는 길에 인도와 횡단보도, 과속 방지턱을 만들고,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지 않도록 펜스를 설치해야 한다.

둘째, 시내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학생들은 기숙사 학생들이다. 기숙사 학생들의 경우 토요일 오후에 집으로 돌아갔다가 일요일 저녁에 다시 기숙사로 돌아오게 된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도 주말에 집에 들렀다가 숙사에 돌아오거나, 주말을 이용해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봉변을 당했다.

기숙사 학생들이 버스를 이용하는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5시 사이이며, 일요일 저녁 5시~8시 사이이다. 만약 이 시간에 시내버스가 학교 주변까지 학생들을 실어다 주었다면 사고는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기숙사 가까운 곳에 버스 정류장을 설치하고 기숙사생들이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시간에는 그 곳까지 버스를 운행하여 학생들이 별다른 위험요소 없이 곧바로 기숙사로 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주 공설운동장을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와 학교가 있기 때문에, 학교주변과 아파트 단지 주변에 버스 정류장을 설치하고, 버스는 경사를 올라 간 뒤, 공설운동장을 따라 한 바퀴 돌고 다시 대우 조선소 남문으로 향한다면, 적절한 버스 노선이 될 것이다.

사고 후… 우리는 소중한 두 친구를 잃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을 함께 할 두 친구가 지금 내 곁에는 없다. 모든 이가 이번 사고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또한 두 친구의 부모님과 가족을 생각하면 도저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유난히 미끄러웠던 친구와 후배의 빈소 바닥은 빈소를 찾았던 사람들의 눈물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런 불행한 사고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 거제고 학생들과 거제 시민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이번 사고와 관련된 적절한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항상 사고가 있고나면 그것은 인간이 만든 재앙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제 두 친구들의 넋을 위로하고 우리 주변을 사고로부터 안전하게 만들 때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두 친구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다. 부디 국진이와 정영이가 편한 곳에서 쉴 수 있기를 기도한다. 또한 현재 치료받고 있는 분들이 조속히 쾌유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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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민 2009-04-10 00:52:31
정영이의 선배이기도 하고요. 거제 시청 관계자께서 이 기사를 보신다면 뭔가 느끼셔야 할 것 입니다. 저는 사고 현장을 둘러봤고, 사고 경위도 다 들은 터라 사고 당시의 처절함이 뼛속까지 느껴지고, 같은 사고로 뇌사에 빠져있다 결국 얼마전 세상을 떠나고 만 거제고 1학년생을 포함, 세 명의 사망자에 대한 연민은 극에 달합니다. 비록 소는 다 잃었지만 외양간은 지금이라도 고쳐야 다음 소를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교통질서 2009-04-14 13:28:03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피어나지도 못하고 꺽여버린 꽃송이들... 거제고 학생 여러분 힘내세요.
그리고 친구들의 못다 이룬 꿈을 꼭 이루어 주도록 노력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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