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표/시인ㆍ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회원
내 어릴 적
이름 날릴 줄 몰랐던 학동 몽돌바다여
뒹굴기 좋은 풀밭이었다
물수제비뜰라치면
동글납작한 차돌자갈만 더 없이 빛내 주었다.
내 어릴 적
학동 쪽빛 바다는 꿈의 바다였어라
왜 그렇게 맑은지 몰라도 신났다
발가벗고 첨벙 뛰어들게 한 겁 없는 시냇물이었다.
그림일기, 그리기 숙제 때마다
수평선 너머 돛 단 배 한 척,
외딴 동백섬에 소나무 한 그루 즐겨 그렸지
동트는 아침의 바다 물비늘* 보며 그렸지
고동거미* 동산 너머 햇살 펴는 갈매기 하나까지
여름 지나 새 여름이 올 때까지
확 트인 수평선 향해,
종이비행기 날려대고, 연싸움 종일 했지
진종일 바닷바람 마시며 돌려대고 내리굴렸지
삼색 바람개비하며 브레이크 없는 굴렁쇠,
갯가를 향한 밭이랑 구렁이길 따라
큰물 져 밀려온 수박 건져 먹으면서도
섬에 사는 줄 몰랐고
뭍에 유명세로 뜰 리 없던
내 어릴 적 사시사철 몽돌밭 텃마당에서
날마다 수평선 넘나들며
학이 날갯짓 해대는 학동바다 쥐락펴락
썰물과 밀물도 손아귀에 넣고 놀았다.
* 물비늘 : 잔잔한 물결이 햇살에 비치는 모양의 일컬음
* 고동거미 : 내가 태어난 거제시 동부면 학동리 수산마을을 일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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