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선망기지 지정 후 15년 가까이 방치되며 흉물로 전락
지세포항 매립부지에 선망기지 계획이 수립되고 물양장 등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95년 부터다. 당시 부산 소재 선망수협은 94년부터 다대포항과 지세포항을 두고 선망기지 조성의 타당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했고 결국 지세포항을 최적지로 결정, 구체적인 선망기지 조성계획을 수립했다.
선망수협은 이를 당시 수산청에 제출했고 수산청은 선망기지 조성을 승인했다. 당시 부산항을 기지로 이용하고 있던 대형 선망조합이 부산항의 심한 적체로 더이상 기지사용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새로운 선망기지의 건설을 원했기 때문이다.
선망수협의 당시 계획에 따르면 연면적 9만9,000㎡에 위판장과 물양장을 비롯, 선박 양육시설 3만3,000㎡, 1만드럼 비축 용량의 급유시설 1,500㎡, 연건평 5,000㎡에 5층 규모의 냉동창고 등이 들어서며 당시 돈으로 총 350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돼 있다.
지세포항 선망기지가 조성되면 선박 300여 척의 동시 정박이 가능해지고 제주 일대 해역을 주어장으로 조업하는 국내 선망어선들의 부산항까지 이동시간을 2시간 가까이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지세포항 선망기지 조성의 필요성으로 강조됐다.
선망기지 조성과 함께 기지를 이용하는 선박의 선원들과 가족 3,000여명이 거주할 수 있는 주거시설을 건립하고 각종 편익 시설도 건립해 지역에 150억 이상의 부가가치를 가져올 수 있다고도 선망수협측은 주장했다.

수산여건 변화, 주민반대 등 선망기지 타당성 급감
그간 수산여건이 많이 변했다. 선망들의 호황이 갈수록 줄어들었고 선단의 수도 급감했다. 부산항을 대체할 수 있는 지세포항 선망기지 조성의 필요성이 그만큼 급감한 것.
선망수협측 한 관계자는 “수산여건이 당시 상황과는 많이 달라졌다. 따라서 지세포 선망기지 조성사업은 장기적 계획으로 미뤄졌으며 현재로서는 그 사업여부가 불투명한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수산여건의 변화에 따라 지세포항 선망기지 조성이 그 매력을 잃고 있고 이에 명분만 주어진다면 포기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주민들의 선망기지 반대 여론도 ‘선망기지 철회’에 힘을 싣고 있다. 그는 “주민들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지금 주민들 절대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이점이 더 어려운 점이다”고 말했다.
지세포 주민들이 선망기지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십수년간 아무런 진척이 없고 역시 주변환경과 여건의 변화로 이제는 선망기지의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선망수협측에 명분 주어야
선망수협측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나서서 먼저 ‘포기하겠습니다’고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나아가 선망수협측은 최근 제주도에 선망기지 조성을 조심스레 타진해 왔다.
이와 관련 식품부 관계자는 “지세포항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제주도에 또 무슨 기지를 조성하려 하느냐며 선망 수협측의 태도를 꼬집었다”고 말했다.
선망수협 한 관계자는 “우리로서도 골치 아픈 사안이다. 어제(4월1일)도 이 문제로 농림수산식품부를 다녀왔다”며 “어떤 식으로든 답을 내야할 사안임에는 맞다”고 말했다. 식품부 관계자 역시 “거제시가 선망수협과 조율해 타용도로의 활용방안을 제안해 오면 이를 적극 반영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명분 싸움에 접어든 형국이다. 시가 선망 수협측에 ‘선망기지 철회’ 명분을 어떻게 제공해 줄 수 있느냐에 따라 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기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기능항·조선테마·어촌전시관 등과 연계개발 필요
거제시가 나설 차례다. 놀릴 수 없어 유채씨나 뿌려놓는 등 아까운 땅을 나대지로 방치하고 있는 시간이 더 길어져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선망기지 용도’는 지세포항의 종합적인 개발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로도 기능하고 있다. 다기능 항 사업 역시 이 부지를 제외하고 진행되고 있는 어설픔이 이어지고 있다.
“선망수협과 협의, 시에서 개발계획을 세우면 우리도 적극 반영할 수 있다”는 게 관계당국 실무자의 말이다. 따라서 선망수협측에 ‘선망기지 포기’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적절하고도 타당성 있는 부지 활용방안을 시가 마련해 내는게 이제 중요해졌다. 지역 어민 복리 향상만으로는 부족한게 사실이다.
기존의 어촌민속전시관, 조만간 준공될 인근의 조선테마박물관, 지금 진행되고 있는 다기능 항 조성 사업 등과 연계한 ‘종합적 관광 항 개발계획’ 정도의 그림이 나와야 ‘선망기지 포기’라는 명분을 선망 수협측에 제공할 수 있음은 물론 식품부의 보다 적극적 동의까지 쉽게 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