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생(-苦生)
개고생(-苦生)
  • 거제신문
  • 승인 2009.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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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광고를 보면서 「개고생」이라는 어감이 주는 불쾌감 때문에 시청자가 조롱당하는 기분이었다. 더구나 필자처럼 틈만 나면 산에 가거나 여행을 즐기는 그야말로 집 나가는 일이 잦다보니 내 들으라고 하는 말 같아서 씁쓸하다. 「개고생」이란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으로 표준어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어쩐지 속어 같은 인상 때문에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지는 않는다.

더구나 오랜 세월을 사람과 함께 살아온 개가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우리가 쓰고 있는 말 가운데 「개(犬)」자가 들어가는 욕설이 제일 많다. 다시 말해 「개」자가 붙으면 대개는 별로 좋지 않은 뜻을 지니게 된다. 「개꿈」「개떡」「개차반」「개판」「개소리」「개나발」「개뿔」「개망신」등 헤아릴 수가 없다. 특히 남녀 성기 앞에 「개」자가 붙게 되면 욕 중에서도 가장 심한 욕설이 된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카피는 묘한 감정을 자극하여 상품 브랜드를 인지시키려는 광고방법이다. 이를 티저(teaser)마케팅이라 한다. 티저는 놀려대는 사람, 짓궂게 괴롭히는 사람을 뜻하며, 상품의 정체를 일시적으로 숨겨 시청자로 하여금 궁금하게 만들어 상품에 대한 기대와 인지를 높이려는 계산된 전략 기법이다.

처음에는 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마저 주지 않다가 나중에 정체를 밝히는 후속광고로 이어지게 된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카피에 밑도 끝도 없이 쿡(QOOK)」만 보여주니까 이게 요리기구인지, 가전제품인지, 아파트 광고인지 헛갈리게 만들었다가 나중에 알고 보면 그와는 영 딴판인 상품으로 반전된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 아니라 어디 가도 집처럼 편안하게 요리하듯이 생활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게다. 그러나 요즘 현실로 보면 개고생이란 옛날이야기다. 개에게 사람과 같은 이름을 붙여주고 옷을 입히고 액세서리를 달아주고 심지어 주인과 한 이불에서 안기어 자는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san109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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