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상첨화’ 비단 위에 꽃을 더한다는 뜻이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거제도의 비경에 더해진 꽃길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금상첨화다.
대우정문 앞 늠름하게 서 있는 메타세콰이아 나무며 사곡요트장 앞 언덕 하얗게 내린 설유화는 지나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거제시민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거제지역 가로변 곳곳에 식재된 산벚꽃이 봄볕에 흩날리는 풍경은 어느 새 거제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풍경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풍경에만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을 무렵 나무 한 그루, 꽃 한 줄기에도 시선을 게을리 하지않는 사람이 있다. 13년 전 내 고장을 꽃동산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이 8년 동안 공들여 키운 산벚나무 5,000여 그루를 거제시민을 위해 쾌척한 윤종환(63)씨가 주인공.
일운면에서 태어난 그는 18살 때부터 농장에서 조경을 배우면서 거제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산벚나무를 관찰하며 병충해와 성장과정 등을 왕벚나무와 비교하며 연구개발 했다.

그는 누구보다 부지런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누가 나보다 일찍 일어나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내가 게을러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일찍 일어나게 된 것이 오랜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남보다 일찍 일어나야 남에게 뒤쳐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습관이기도 하지만 평소 부지런한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예다.
그가 수십년간 노력해온 산벚나무 식재사업은 어릴 때부터 일운면과 남부면 일대에 자생하고 있는 산벚나무 군락을 보며 자라왔던 그에게 대수롭지 않은 일로 평가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왕벚나무보다 거제도에 자생하고 있는 산벚나무가 우수하다는 것을 밝혀내고 거제도 전역에 산벚나무 식재를 권장한 일은 그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혹 거제도의 벚꽃이 다른 지역의 벚꽃에 볼품없다고 비난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는 거제도 순수토종인 산벚꽃의 우수함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가 심어놓은 산벚꽃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왕벚꽃에 비해 우수한 점이 많다. 병충해에 강할 뿐만 아니라 꽃의 개화시기도 일반 벚꽃에 보다 5-10일 길다.
때문에 오랫동안 벚꽃을 구경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순히 연분홍색을 띄는 일반 벚꽃과는 달리 빨강 보라 흰색 계통의 5-6가지 다양한 색을 띄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는 지난 40여년동안 조경으로 외길 인생을 살아오면서 거제뿐만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나무를 만져온 그 이지만 그가 거제지역 곳곳에 직접 식재한 산벚나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
13년 전 작은 가지에 불과했던 묘목들이 이제는 제법 왕성하게 자라 거제의 봄을 물들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의 얼굴에는 그가 심어놓은 벚꽃보다 더 환한 웃음꽃이 핀다.
더구나 나무를 식재 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의 딸 정미씨(30)가 인건비와 식재비에 보태라며 유치원 때부터 용돈을 절약해 모은 283만원을 기부한 따뜻한 일화는 당시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가 심은 나무들이 13년이 지난 지금 훌륭하게 자란만큼 딸 정미씨도 아버지 못지않은 일류 조경 전문가로 자랐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그가 심은 1억 7,000만원 상당의 벚나무들은 현재 10배 가까이 되는 15억원을 호가하는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해가 갈수록 그가 심어놓은 나무는 몸집이 불어나고 더불어 그의 꽃밭인 거제도가 더욱 훌륭한 정원이로 바뀌어 간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그는 “거제에서 나만한 부자도 없다. 거제도 전체가 내 꽃밭인데 이렇게 크고 훌륭한 정원을 가진 사람이 세상천지 어디 있겠냐”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4월이면 으레 식목일을 떠올린다. 식목일은 단순히 나무를 심는 일이 아니라 흔히 희망을 가꾸는 날이라 한다. 그는 거제에 심어놓았고 그 희망을 가꾸는 것은 앞으로 거제 땅에 살아갈 우리들이 몫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