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1월1일부터 2009년 1월31일까지 출생신고 된 자료를 기초로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9명으로 나타났다. ‘2008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세계 평균인 2.5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한다.
보건복지가족부 전재희 장관은 ‘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지금처럼 저출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어느 시점에 가면 정부가 출산장려책을 강력하게 펼칠 것인지, 이민 수용정책을 쓸지 선택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2004년부터 정부에서는 출산비용과 보육료 지원, 육아시설 확충 등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아이돌보미 사업등 출산을 장려하는 제도를 확충해 오고 있다.
그러나 자녀를 출산하고 육아를 담당하면서 직장생활을 해온 워킹맘의 입장에서 보면 부분적인 지원책으로 출산율 증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육아를 해 왔던 나에게는 가슴 아픈 기억들이 많다.
만 36개월이 되지 않은 큰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냈을 때 엄마가 아파트 앞에서 기다리면 어린이집차량에서 아이를 내려주고 엄마가 나와 있지 않을 때는 아이를 그대로 다시 어린이집으로 데려가도록 약속을 했다.
제시간에 퇴근을 못할 경우 아이를 차량에 태우지 말아달라고 전화를 하였지만 미처 전화를 못한 날에는 아이는 가끔 다시 어린이 집으로 돌아갔었다.
그런 날이면 아이는 그 작은 눈망울에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에 대한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고 중학생이 된 지금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자기가 집에 오기 전까지 엄마가 집에 와 있을 것인지를 꼭 물어보고 가는 아이를 보면서 그 대가를 지금도 치르고 있기에 상처가 너무 아려 온다.
작은 아이는 임신 31주에 양수파열로 휴가를 받을 수밖에 없어 출산 후 휴가기간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출산 3주 만에 출근을 하게 되었고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오랫동안 고생을 했다.
아이들이 아파 병원에 입원을 했을 때 퇴근 후 밤새 병원에서 아이를 돌보고 다음날 아침이면 출근을 해야 하는 악순환을 이겨내야 했다.
밤사이에 아이가 아파 어린이집을 보낼 수 없을 때, 출장이 있을 때 직장생활을 계속해야 하는지 수십번을 고민하며 견뎌온 시간이었다. 그나마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다행일 것이며 도움이 여의치 않은 워킹맘의 경우에는 눈물겹다고 해야 할 것이다.
노년의 삶을 즐기도록 실버산업은 발달하고 있고 일하는 여성들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 며느리와 딸의 직장생활을 위해서는 어머니들의 희생이 필요하니 참으로 모순된 사회이다. 이러한 예들은 워킹맘의 고초일 것이므로 전업주부들의 출산기피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할 것이다.
워킹맘의 여부를 떠나 출산을 기피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는 사교육의 팽배로 인한 교육비를 비롯한 경제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는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고 자녀를 키우는 것이 소신 있는 부모가 아니라 세상을 모르거나 경제적으로 무능한 부모로 취급받는다. 오죽하면 자식을 ‘돈먹는 하마’라고 표현하겠는가.
최저 출산율로 고민했던 프랑스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개인이나 가족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 기본철학 하에 “낳기만 하면 국가가 키워주겠다”는 정도의 사회적 제도보장과 장기적인 인구정책차원에서 강력한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해왔으며 이 정책은 대내외적으로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정도의 재원을 확보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장기적인 비전과 철학은 제시되어야 하며 교육제도의 개선, 워킹맘에 대한 배려, 결혼기피현상과 딩크족(결혼은 하되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부부)을 줄이기 위한 노동시장불안정 해소 등 저극적인 제도개선이 따르지 않는 한 저출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