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씨는 현재 통영 앞바다에서 멍게 양식장을 경영하면서 자신이 구한 베트남 난민들과 변함없는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전씨와 이들의 인연은 1985년 11월14일 해질 무렵 남중국해에서 시작됐다.
당시 전씨는 참치잡이 원양어선 400톤급 ‘광명 87호’선장으로 인도양에서 조업을 마친 뒤 귀국길에 올라 남중국해를 항해하던 중 필사적으로 구조를 요청하는 낡은 목선을 발견했다.
직감적으로 베트남 난민들이 탄 보트라고 판단한 그는 곧바로 항해사, 기관장, 갑판장 등 간부 선원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갖고 이들을 모두 구해야겠다는 용단을 내렸다.
당시 망망대해에서 베트남 보트피플을 발견하더라도 무시하고 지나치는 배들이 대부분이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해 귀국하더라도 환영은 커녕, 정보기관의 조사를 받는 등 ‘고초‘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4톤쯤 되는 작은 목선에는 모두 96명의 베트남인이 타고 있었고 구조된 베트남인들은 부산 해운대 베트남 난민수용소에 수용됐다.
그러나 ‘광명 87호’ 선원들은 이 일로 당시 안기부 등 관련기관의 조사를 받느라 몇 달간 시달렸으며 전 선장은 결국 2년 넘게 배를 타지 못했다. 이후 난민들은 미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지로 새 삶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나 베트남군 통역장교 출신으로 난민들의 리더격 이었던 피터 누엔씨(65)를 비롯해 그때 구조된 난민들이 ‘생명의 은인’인 전씨를 여전히 ‘캡틴’이라 부르며 직접 한국을 방문하거나 편지, 전자우편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다.
한편 전씨는 난민구조에 크게 공헌한 개인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2009년 유엔 ‘난센상(Nansen Award)’ 후보에도 올라 있다.
1954년 제정된 난센상은 유엔의 노벨평화상으로 불리며 ‘세계 난민의 날’인 6월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상식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