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넝쿨장미가 하얀 아치를 감아 기어오르며 붉은 꽃송이가 나를 보며 고개를 내밀고 있다. 넝쿨장미 터널 속을 걸어본다. 결혼식장의 신부가 된 듯 장미꽃을 올려다보며 걷는 이 순간의 벅찬 행복감과 감사가 가슴에 솟아오른다. 나를 바라보시는 전지전능하신 그분의 손을 잡고 걷는 마음이다.
몇해 전만 해도 볼품없던 이곳에 우리 동에 K씨가 시의원에 당선되고 나서 문화와 체육에 관심을 보이게 되자 많은 사람이 그분의 노고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가정이나 사회단체에서 지도자의 생각과 능력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지는 것 같다.
장미동산을 지나 잘 다듬은 황톳길을 걷다보면 왼쪽은 능포, 오른쪽은 장승포항의 푸른 바다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는 시각이다. 아침 햇살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민다.
눈부신 햇살을 안고 걷노라면 조각공원에서 각기 다른 형상의 작품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시도록 반짝인다. 산책로를 따라 이른 아침 손잡고 걷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오월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사람의 손으로 만든 예술품도 예사롭지 않지만 철 따라 새순 틔우고 넓은 잎새와 가지로 그늘을 만들어 우리를 축복하는 자연변화 속에 살아가게 하시는 그분께 감사를 올린다.
황토 길섶엔 홀로 자란 원추리 푸른 잎새와 살랑바람에 춤추는 잡초들의 일렁임도 가슴 벅찬 설레임이다. 묵정밭을 일구어 밭이랑에 심어놓은 감자와 고구마, 배추, 봄 무들로 계절의 변화 속에 생명의 인내와 심고 가꾸는 노력의 고귀한 손길에서 또 한번 겸손을 배운다.
2~3일 전만 해도 아카시아 아름드리 큰 나무들에 핀 꽃들이 옥양목 이불 홑청을 널어놓은 듯하더니 벌써 석별의 향기를 토하고 있다. 인동초와 산찔레가 흰꽃을 피워 연한 줄기에서 뿜어내는 꽃향기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품격 높은 향기다. 가시 속에서 뿜어 올리는 산찔레꽃 향기는 이 권사님이 몇년 전 선물한 코티분 냄새와 같았다.
숲속 오솔길에서 맨몸으로 버티던 나무들이 모두가 싱그럽게 잎새를 술렁이며 팔을 벌리고 5월을 찬양하고 질세라 풀벌레와 텃새와 그리고 능포만 갈매들도 덩달아 울어댄다.
산꿩도 컹컹 산을 울리는 노래 속에 내가 받은 이 새 하루가 감사하여 말할 수 있는 입과 목소리를 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나도 참 아름다워라 찬양을 불러본다.
몇해 전 이 권사님 사시는 경기도 마석 울창한 숲과 맑은 물소리, 새소리 지저귀는 숲 속을 손잡고 함께 거닐며 함께 동학년으로 근무하던 추억을 더듬으며 좋은 만남을 가졌다. 오늘 받은 새 하루 천혜의 풍광 속의 생각나는 그 사람이 있어 나의 생애에 큰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