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사, 전원생활을 꿈꾸었던 많은 사람들, 나훈아의 유명한 가요 ‘잡초’에 신나 하던 사람들도 오뉴월 장마 통에 우후죽순 격으로 끝없이 번창해 가는 잡초에 필경 질리고 말 것이다.
일주일에 한번 주말농사로 밭에 나가게 되면, 밭을 매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창궐한 잡초에 참담하여 어디부터 호미를 대야 할지 막막해 하곤 한다.
눈이 제일 겁쟁이라고 결국 손이 해내는데, 시작이 반이라고 막상 손을 대게 되면 또 그럭저럭 잡초가 제거되어 나간다. 그런 잡초를 뽑으며 나는 자연의 경외와 생존의 존엄함에 몰두하여 얼굴이 타는 것도 목마른 것도 잊어버리고 밭에, 잡초에 빠져드는 것이다.
녀석들의 생존전략은 너무나 다양해서 존재의 양식을 깨닫고 또 깨닫는 재미가 우주의 신비, 별들의 전설을 아는 것 못지않다.
이름도 모르지만, 올라오자마자 열매를 맺어, 수많은 2세를 퍼뜨리는 녀석, 뿌리가 워낙 단단하여 잎과 줄기만 떨어지는 녀석, 너무나 작게 빽빽이 번창해서 모두를 제거하기 힘들게 하는 녀석, 뽑히거나 잘라진 잎과 줄기에서 쉽게 뿌리를 내리는 녀석들…….
이러한 잡초의 질긴 생명력과 왕성하고 다양한 번식의 방식에 도취되어 두어 시간 김매기에 몰두하고 나면, 고스님의 법문을 듣고 천배를 올린 것 마냥 몸은 피로에 젖어 있지만, 마음과 머리는 끝없이 깨끗이 되어 청정 하늘을 얻은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
삶을 고단하다고들 한다. 어이없이 생生을 날리거나 훼손하는 이들도 있다. 쉽게 얻으려 하고 쉽게 주저앉으려 한다. 나 역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 있지 않으리라.
잡초를 보라. 그들의 삶인들 항상 신나 할 것인가. 사람들의 끝없는 멸시와 말살의 작업에 오히려 진화하여 재빨리 2세를 뿌리고, 짓밟힌 잎에서도 뿌리를 내며, 뿌리는 빠지지 않고 버티는 전략을 습득하였던 것이다.
나는 이런 잡초들을 보며 게으르게 살아온 나날들과 부모님으로부터 정갈히 물려받은 이 튼튼한 육신을 쉽게 탕진하는 나를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