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무드에 보면 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최초의 인간이 땅에 포도나무를 심고 있었다. 악마가 찾아와서 무엇을 심고 있느냐고 물었다. 포도를 심고 있다고 했더니 악마가 자기도 같이 거들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라고 했더니 악마는 양, 사자, 돼지, 원숭이를 끌고 와 그들을 죽여 그 피를 비료로 주었다.
드디어 포도나무가 자라고 열매 맺고 거기서 난 포도로 술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술을 마시자 처음에는 양처럼 순하더니, 조금 더 마시자 사자처럼 난폭해졌고, 그러다가 얼마 안가 돼지처럼 지저분해 지더니 마지막엔 원숭이처럼 우스꽝스러운 작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술이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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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를 보다가 참으로 의미로운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전문의 대강은 이렇다.
「경남 거제시의회 이행규 의원이 오는 22일 열릴 시의회 임시회에서 절주 조례안인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한다. 시민들을 술의 해악에서 지키기 위해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조례를 만드는 것은 처음으로 조례안에는 도시공원 등 공공장소를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엄격한 나이 확인 등 청소년 보호에 모범을 보이는 주류 판매업소를 청소년 클린판매점으로 선정키로 했다.
(중략) 이 의원은 지난 2006년 경남도민 생활수준 및 의식조사에서 거제시민들의 음주율이 68.4%로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 최고수준으로 나타났다며 조례안을 발의키로 했다.」
이행규 의원은 1995년 전국최연소 기초의원으로 당선, 1998년에는 기초의원 전국최다득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지방자치연구소가 선정한 최우수 지방의원, 금년 2월에는 제1회 메니페스토 약속대상 전국기초의원부분 최우수의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인이기도 한 이의원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투명한 시정을 이끌어내는 성실함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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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규의원의 절주 조례안에 대하여 「기호품인 술이나 담배를 개별법을 넘어 별도의 조례로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일리는 있다. 공자도 일찍이 중요한 자리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술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시는데 있다. 특히 술고래는 경상도에 제일 많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전국의 모든 기초자치단체의 보건소를 통해 「2008년 지역사회건강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위험음주율이 지역간에 3배 이상 차이로 전국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곳이 경상도다.
그 중에 거제시의 음주율이 경남의 최고니까 결국 전국 최고수준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절주 조례안이 비록 선언적 가치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우리의 술 문화에 대하여 생각해볼 문제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 보면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林尙沃: 1779∼1855)이 8부 이상 술을 부으면 저절로 흘러 넘쳐버리는 계영배(戒盈杯)를 옆에 두고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다스리면서 큰 재산을 모았다고 전한다.
어느 시에서는 「1·1·2운동」을 시행하고 있는데 공무원부터 솔선하여 「1가지 술로, 1차에서, 2시간 이내 회식을 끝내자」라는 건전한 술문화 만들기 운동이다.
매달 첫째 주 월요일은 술 없는 날로 정하고 화요일 아침에 알코올 의존도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아이디어로 술을 적게 마시도록 유도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어쨌든 ‘술’ 이제 적게 마셔야 하겠는데 오히려 이 글을 읽고 오늘 따라 술 생각난다는 분이 계시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