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36억여원 반납에 빚까지 내면서 ‘펑펑’
추경예산안 의회통과과정에서 ‘시장방침’의 ‘위력’이 세삼 확인됐다.
시로 내려온 국, 도비를 제대로 다 집행하지 못해 반납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한 사실도 이번 추경안 자료에서 드러났다.
거가대교 부담금을 위해 빚인 98억여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상황에서도 세출예산은 큰 폭 증가했다. 타이트하게 정제된 예산과는 거리가 먼 ‘펑펑 예산’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시는 2009년 제1회 추경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대우 서문앞(하용소~아주교) 도로 확포장 공사 예산 15억 4,100만원의 사업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이 예산편성은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란 지적이 의회에서 제기됐다. 지방재정법상 10억원 이상의 사업예산을 편성할 때는 먼저 지방중기재정계획에 포함시킨 후 다시 투·융자심사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시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채 ‘시장방침’에만 의거, 추경에 편성, 의회에 제출했다”는게 의회의 지적사항.
의회는 지난 22일 추경안 심의를 마치면서 내놓은 심사보고서를 통해 “대우 서문앞(하용소~아주교) 도로 확포장 공사의 경우 15억 4,100만원의 신규 사업으로 지방 투·융자사업 심사대상 사업임에도 심사를 받지 않고 2009년 3월11일 시장의 방침만 받아 제1회 추가경정 예산에 편성했다”고 절차위반을 지적했다.
그러나 의회는 면죄부를 줬다. “시기적으로 투·융자사업 심사기간을 경과한 것으로 사료되므로 5월중 수시 투·융자사업 심사시 의뢰해 반드시 투·융자사업 심사를 받은 후 사업을 시행하기 바란다”고 면죄부 이유를 밝혔다.
경남도 예산관련 한 관계자는 “지방중기재정계획, 투융자 심사 등을 거친 후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게 원칙이다”며 “특별한 경우 사후 심사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 이는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할 상황이기에 뭐라 말하기가 어렵고 사후 심사시 예산삭감의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시 예산계 관계자는 “도로 유지 보수사업 예산으로 지방중기재정계획에 포함돼 있는 만큼 신규사업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투, 융자 심사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며 “설혹 심사대상 사업이라 하더라도 특별한 사안의 경우 사후 심사도 가능하기에 큰 문제는 없다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 사업명을 적시하지 않은채 포괄적 ‘도로 유지보수사업’ 예산으로 중기재정계획에 포함된 예산을 본 건 사업명 ‘도로 건설 사업’예산으로 전용하는 형식이 지방중기재정계획 포함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 나아가 투융자 심사 등 절차를 거칠 시간이 없을 정도로 그만큼 시급하고 특별한 경우에 해당될 수 있는지 등의 관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고보조금 36억여원 반납에 세입추계도 ‘엉성’
시가 의회에 제출한 ‘세입세출예산안 명세서’에 따르면 추경 예산안 편성기준 시점에서 36억여원의 국도비 집행잔액이 발생, 이를 국고와 경남도에 반환해야 한다.
1억~2억원의 국도비를 지원 받기 위해 국회의원이나 시장, 관계 공무원들이 중앙부처나 경남도를 방문하며 애를 써야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36억여원의 보조금 반환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시와 시민들이 누려야 할 혜택을 누구의 잘못인지, 무슨 이유에선지 어쨌든 스스로 차버리는 꼴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예산이라기보다는 사회복지 관련, 주민생활지원 관련 보조금이 대부분이다”며 “다소 여유 있게 보조금이 내려오는 경우, 사업변경, 할 수 없는 사업의 보조금 지원 등의 경우가 있어 집행잔액 및 반환금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국·도비 보조금을 반환해야 하는 해당부서는 사회복지과, 주민생활지원과는 물론, 문화체육과, 해양수산과, 민원지적과, 정보통신과, 교통행정과 등 거의 전 실과에 걸쳐 있다.
구체적 내역의 공개요구에 대해 관계자는 “6월 결산에 가면 최종 정산서가 나오고 반환금 액수도 다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 공개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국도비 보조금의 집행 잔액 및 반환금을 예산으로 확정했으면서도 그 예산 근거를 공개하지 못한다는 시의 해명이 더욱 궁색해 보인다.
지방세 등 세입 추계에 대해서도 그 시스템 점검 및 전문성의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시는 2009년 당초예산을 편성하며 901억9,300만원의 지방세 수입을 추계했다.
그러나 추경에서는 1,152억9,300만원으로 늘였다. 250억여원이 증액된 것이다. 의회는 이와 관련 “매년 당초 세입예산을 낮게 편성함으로써 세출예산이 부족해 각종 사업들이 조기에 발주되지 못하고 늦어지는 사례가 있다”며 “향후 지방세 세입부분을 면밀히 분석해 정확한 추계가 될 수 있도록 철저를 기해 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세입추계의 부실은 잦은 추경 편성, 세출예산의 불안정, 사업전망의 불투명 등 예산의 왜곡을 초래하여 전체적으로 효율적 재정운용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시 관계자는 “이번 추경의 경우 지방세 세입추계의 폭이 특히 크다. 주민세 소득할의 부과 여부가 늦게 확정되면서 세입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며 “세입 추계가 좀더 정확해져야 하는데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생기면 그때그때 추경으로 하면 된다는 안이하고 무책임한 발상에 거제시가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지적과 함께 “예산 관련 전문성 강화를 위한 시 자체의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빚 98억여원 지방채 발행
시는 거가대교 분담금 명목으로 98억여원의 지방채 발행을 추경안에 편성, 통과시켰다.
지방채는 후세들이 갚아 나가야 할 빚이다. 거가대교 개통을 위한 재정부담은 필요하다. 하지만 빚을 내면서까지 세출확대로만 치달은 이번 추경안이기에 결국 ‘펑펑예산’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규정 및 절차 반드시 준수해 예산 편성 하라“
의회는 집행부 안을 거의 승인해 주는 한편 고질적 관행에 대해 쓴 소리도 내 놓았다.
그러나 지적한 사항에 대해서 삭감 등의 ‘따금한’ 조치 없이 ‘지적만 하고 승인은 해주는’ 식의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행태를 보여줘 시민들로 하여금 씁쓸함을 다시게 했다.
의회는 심사결과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의회 간담회나 업무보고를 거치지도 않고, 예산안 설명 시에도 기본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회는 “향후 신규사업 및 사업비가 30% 이상 증액되거나 변경되는 사업에 대하여는 반드시 업무보고와 변경동의 등을 통하여 사전에 충분한 교감 후 예산을 반영할 것”과 “늘푸른거제 21 실천 및 운영 경비는 사무국 인건비 성격이므로 사무국장 및 위원회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당부서에서는 철저한 지도·감독을 할 것”을 시에 요구했다.
고현항 친수공간 주차장 조성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종합관리 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고 공유재산 관리계획 변경 승인 및 위원회 심의 미결 등 제반 규정을 이행하지 않고 선 예산편성 하는 사례는 반드시 시정돼야 할 것”이라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끝으로 의회는 “각종 규정 및 제반 절차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예산 편성되는 사례가 있어 매번 시정 요구한 바 있으나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향후 각 국별 예산 조정 심의시 세밀히 검토하여 제반 규정 및 행정 절차가 반드시 준수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강조함과 동시 추후 이러한 문제가 계속 발생시 의회 차원의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